반응형 전체 글252 세상의 모든 음악 오프닝 260228 지난 2017년에 프랑스의 해양생물학자 스테판 그랑조토는 수직으로 서서 자는 향유고래들의 사진을 세상에 공개했습니다. 바닷속에 거대한 비석처럼 서 있는 6마리의 고래는 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마치 고대의 신성한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 보였지요 이들이 굳게 서서 잠드는 건 부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해 최소한의 근육만으로 물속에 떠 있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이 독특한 수면법이 처음 보고된 건 2008년이었는데 사진은 거의 10년 뒤에야 찍을 수 있었던 건 이들이 포유류 중 가장 잠이 적은 존재들이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시간을 수평으로 헤엄치며 보내는 고래가 신전의 기둥이 된 듯 수직으로 쉬는 시간 대부분의 시간을 수직으로 보낸 우리는 이 주말에 수평으로 좀 쉬어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2월을 떠나보내는 날,.. 2026. 3. 27. 세상의 모든 음악 오프닝 260227 지금 같은 형태의 서랍장이 등장한 건 17세기였다고 합니다. 그전에는 아주 커다란 상자 안에 필요한 것들을 넣어두었는데 하나를 꺼내려면 상자를 다 들어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요 그런 불편을 겪던 사람들 앞에 나타난 서랍장 부드럽게 열리는 서랍들은 얼마나 반가운 것이었을까요 한동안 서랍장은 귀족의 전유물이었고 부의 상징이었다고 합니다. 또 물건을 칸칸이 분류한다는 개념이 수직적 사고에서 벗어난 근대적 사유의 출발점이 됐다는 흥미로운 분석도 있더군요 서랍이라는 말 참 다정하지요 2월도 겨울도 떠날 준비를 하는 이즈음엔 서랍 많은 마음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1월과 2월의 기억들 겨울의 마음을 칸칸이 잘 수납해 두고 홀가분하게 봄을 향해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녕하세.. 2026. 3. 27. 세상의 모든 음악 오프닝 260226 오랜 친구들이 만나 모처럼 잔잔하고 좋은 시간을 보냈는데 한 친구가 그 시간을 국수의 시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한마디로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는 표현이었지만 모두가 그게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고 했지요 특별히 기념할 만한 것이 없이 다만 이따금 웃고 맛있었던 시간 그것을 국수의 시간이라고 표현한 건 정말 근사하다는 생각이라고 들었습니다. 혼자 먹어도 괜찮고 같이 먹으면 소박한 잔치가 되는 음식 평범한 한 그릇이지만 누구와 먹느냐에 따라 어떤 고명을 올리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음식이 되는 국수가 우리의 일상과도 닮았다는 생각이 들지요 소박하고 따뜻하고 다정한 국수의 시간 음악과 함께하는 저녁도 그런 시간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세상의 모든 음악 전기현입니다. 2026. 3. 27. 세상의 모든 음악 오프닝 260225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옆에는 이 다리를 지탱하고 있는 케이블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 있습니다.케이블은 어른 남성이 두 팔을 활짝 벌려도 다 안을 수 없을 정도로 두꺼운데 내부엔 정말 많은 와이어들이 얽혀 있습니다. 굵고 가는 와이어들이 서로를 감싸고 기대며 거대한 케이블을 이룬 모습이 삶의 단면 같다는 생각이 들죠 하루라는 이름의 케이블 안에는 우리들의 종종걸음과 사랑하는 사람들이 보내준 응원이 들어 있고 성취라는 케이블 안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실패, 그리고 땀과 눈물이라는 와이어가 수없이 엉켜 있겠죠 소소한 기쁨과 슬픔 웃음과 탄식이 서로를 감싸고 기댄 하루 오늘의 케이블은 또 얼마나 묵직한것을 지탱했을까 싶습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세상의 모든 음악 전기현입니다. 2026. 3. 27. 세상의 모든 음악 오프닝 260224 제주에서 수선화는 한때 잡초로 취급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예쁜 꽃을 잡초로 취급하는 게 가능한 일일까 싶지만 밭에서 무수하게 피는 수선화를 말의 먹이로 주었다는 것 그래서 수선화를 몰망옹이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남아있지요 잡초와 잡초가 아닌 것의 차이란 뭘까요 농업에서는 원치 않는 자리에 핀 꽃을 잡초라고 한다지요 정원에 피는 수선화는 꽃, 밭에서 핀 수선화는 잡초쓸모를 기준으로 잡초와 잡초 아닌 것이 결정됩니다. 어쩌면 잡초와 잡초 아닌 것의 결정적인 차이는 알아보는 것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작은 꽃을 알아보고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꽃의 이름을 기억해서 불러줄 수 있다면어떤 꽃도 잡초로 남지는 않겠지요 무엇보다 올해는 꽃 이름을 몇 개쯤 더 기억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생각해 봅니다. 오늘 하루도.. 2026. 3. 27. 세상의 모든 음악 오프닝 260223 봄은 오는 게 아니라 앓는 것이라고 합니다. 언제쯤 열이 내릴까 계속 체온계를 재어보는 것처럼 언제쯤 봄이 도착할까 창문도 열어보고 공기의 냄새도 맡아보고 햇살에 이마도 짚어보고 그렇게 서성거리다 보면 어느 날 봄이 화사하게 도착하죠 아직은 바람이 차고 우리들의 외투는 여전히 무겁지만 미묘하게 다른 봄기운이 느껴집니다. 공기의 밀도가 조금 달라진 것 같기도 하네요 시샘 많은 바람이 빌딩 사이로 골목 사이로 불어닥치겠지만 봄을 앓는 우리는 또 겨울의 뒤끝을 감당하며 잘 걸어가봐야겠죠 데이비드 호크니가 그린 수선화도 한 번씩 검색해보고 봄나물도 식탁에 올리고 봄의 음악도 함께 들으면서 날이 풀리듯 많은 것들이 슬슬 풀릴 봄날을 기다려봅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세상의 모든 음악 전기현.. 2026. 3. 26. 이전 1 2 3 4 ··· 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