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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음악 오프닝 260303 모차르트 시대의 피아노는 흰건반과 검은건반이 정반대여서 지금의 흰건반은 검은색이었고 검은건반이 흰색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에 상아가 대중화되면서 지금처럼 온음은 흰건반, 반음은 검은건반이 되었다고 하죠 뛰어난 피아니스트들이 등장하면서 어두운 연주홀에서도 잘 보이는 흰색 건반이 중요해졌습니다. 색깔만 바뀐 게 아니라 건반의 크기도 좀 더 커졌는데 베토벤이나 리스트 같은 연주자들이 등장하면서 폭발적인 음량과 역동적인 테크닉을 수용하기 위해 건반이 커졌다고 하네요 피아노 건반에도 시간의 흐름이 반영됐는데 인류의 일상에는 또 얼마나 많이 반영됐을까요 3월의 시작부터 어수선한 뉴스가 전해지고 있지만 역사의 걸음걸이는 휘청이면서도 언제나 지혜로운 방향으로 흘렀다는 걸 기억해 봅니다... 2026. 4. 8.
세상의 모든 음악 오프닝 260302 봄은 다가가는 계절일까 혹은 한걸음 물러서야 좋은 계절일까 꽃망울이 피기 전에는 다가가서 보는 것이 좋고 꽃이 피기 시작하면 한걸음 뒤로 물러나 꽃 핀 세상 전체를 바라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보도사진작가 로버트 카파의 유명한 말이 있죠 당신이 찍은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건 아직 충분히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가간다는 건 물리적으로 다가선다는 뜻도 있겠지만 그 대상을 이해하는 깊이와 진정성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봄이 됐으니 사랑하는 사람들이 꽃처럼 피어나는 순간을 지켜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 사람을 내 쪽으로 당기지 말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봄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세상의 모든 음악 전기현입니다. 2026. 4. 8.
세상의 모든 음악 오프닝 260301 말년에 거처할 곳 없이 떠돌던 한용운에게 지인들이 작은 땅 하나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땅에 집을 지으려고 보니 남향으로 총독부가 보였지요. 한용운은 총독부가 보이는 남쪽으로는 집을 앉히지 않겠다고 했고, 결국 그의 집은 북향집이 되었습니다. 그 집에 그는 심우장, 소를 찾는 집이라는 이름을 붙였지요. 심우장에서 그가 찾고자 하는 것은 결기였습니다. 그 북향집에서 그는 글을 쓰며 시대를 견뎠고, 1944년 여름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가 남긴 작고 가난하고 북향엔 집 하나. 심우장은 한용운이 거처하던 집이기도 했지만, 한용운이 품었던 삶의 태도 그 자체이자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이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3월 1일, 만해 한용운의 심우장 이야기를 전하며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세상의 모든 .. 2026. 4. 1.
세상의 모든 음악 오프닝 260228 지난 2017년에 프랑스의 해양생물학자 스테판 그랑조토는 수직으로 서서 자는 향유고래들의 사진을 세상에 공개했습니다. 바닷속에 거대한 비석처럼 서 있는 6마리의 고래는 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마치 고대의 신성한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 보였지요 이들이 굳게 서서 잠드는 건 부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해 최소한의 근육만으로 물속에 떠 있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이 독특한 수면법이 처음 보고된 건 2008년이었는데 사진은 거의 10년 뒤에야 찍을 수 있었던 건 이들이 포유류 중 가장 잠이 적은 존재들이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시간을 수평으로 헤엄치며 보내는 고래가 신전의 기둥이 된 듯 수직으로 쉬는 시간 대부분의 시간을 수직으로 보낸 우리는 이 주말에 수평으로 좀 쉬어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2월을 떠나보내는 날,.. 2026. 3. 27.
세상의 모든 음악 오프닝 260227 지금 같은 형태의 서랍장이 등장한 건 17세기였다고 합니다. 그전에는 아주 커다란 상자 안에 필요한 것들을 넣어두었는데 하나를 꺼내려면 상자를 다 들어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요 그런 불편을 겪던 사람들 앞에 나타난 서랍장 부드럽게 열리는 서랍들은 얼마나 반가운 것이었을까요 한동안 서랍장은 귀족의 전유물이었고 부의 상징이었다고 합니다. 또 물건을 칸칸이 분류한다는 개념이 수직적 사고에서 벗어난 근대적 사유의 출발점이 됐다는 흥미로운 분석도 있더군요 서랍이라는 말 참 다정하지요 2월도 겨울도 떠날 준비를 하는 이즈음엔 서랍 많은 마음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1월과 2월의 기억들 겨울의 마음을 칸칸이 잘 수납해 두고 홀가분하게 봄을 향해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녕하세.. 2026. 3. 27.
세상의 모든 음악 오프닝 260226 오랜 친구들이 만나 모처럼 잔잔하고 좋은 시간을 보냈는데 한 친구가 그 시간을 국수의 시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한마디로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는 표현이었지만 모두가 그게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고 했지요 특별히 기념할 만한 것이 없이 다만 이따금 웃고 맛있었던 시간 그것을 국수의 시간이라고 표현한 건 정말 근사하다는 생각이라고 들었습니다. 혼자 먹어도 괜찮고 같이 먹으면 소박한 잔치가 되는 음식 평범한 한 그릇이지만 누구와 먹느냐에 따라 어떤 고명을 올리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음식이 되는 국수가 우리의 일상과도 닮았다는 생각이 들지요 소박하고 따뜻하고 다정한 국수의 시간 음악과 함께하는 저녁도 그런 시간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세상의 모든 음악 전기현입니다. 2026. 3.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