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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음악 오프닝 260218 운보 김기창 화백의 곁에는 늘 한 사람이 서 있었습니다. 아내 우향 박래현이었지요. 청력을 잃은 김기창에게 세상은 늘 서먹하고 멀었지만 유학을 다녀온 박래현이 그가 보지 못한 세계를 자세히 소개해 주었습니다. 두 사람은 한 방에서 그림을 그렸는데 서로 참 다정했으면서도 혹시라도 서로의 작품이 닮아갈까 봐, 그래서 자기 빛을 잃을까 봐 은근히 거리를 두었다고 하지요. 나란히 서 있으면서도 자기 그림자를 잘 지키는 것이 , 결국 사랑의 임무라는 걸 생각하게 되네요. 연휴의 끝에 남는 약간의 쓸쓸함을 김기창과 박래현 두 화가의 이야기를 나누며 희석해 봅니다. 같은 방에서 그림을 그리면서도 조금 거리를 두었던 이들처럼 보통의 날을 보내던 나와 연휴의 끝자락에 있는 나 사이에도 약간의 거리를 두어 볼까 생각해.. 2026. 2. 20.
세상의 모든 음악 오프닝 260217 분주했던 설날의 행사들이 조금씩 정리가 되어갈 무렵입니다. 집집마다 같은 음식 냄새가 풍겨오던 하루, 이제 곧 조용한 설거지 소리만 남고 세탁기 속에 들어앉은 빨래처럼 오늘 하루에 오고 간 이야기들도 헹궈지고 있겠지요 잘 살고 있냐는 안부와 약간의 애틋한 걱정도 새삼스럽게 챙겨보는 책임감과 해묵은 추억도 조금 줄어든 기대와 조금 늘어난 이해도 맑게 헹궈지고 탈수되고 있을 겁니다. 오늘도 세상의 모든 음악에서는 설 특집 얼터너티브 클레식으로의 초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예상되는 일들로 가득한 설날을 보낸 뒤에 예상하기 쉽지 않은 음악을 만나는 건 나름대로 근사한 위로가 되지 않을까 열심히 준비한 마음을 이렇게 표현해 보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세상의 모든 음악 전기현.. 2026. 2. 20.
세상의 모든 음악 오프닝 260216 나는 오래된 정원을 하나 가지고 있지 삶을 상처라고 가르치는 정원은 밤낮없이 빛으로 낭자했어 시간을 발 밑에 묻고 있는 꽃나무와 이마 환하고 그림자 긴 바윗돌의 인사를 보며 나는 그곳으로 들어서곤 했지 새들이 날아가면 공중엔 길이 났어 장성남 시인의 오래된 정원을 펼쳐 봅니다. 명절엔 누구나 평소엔 잘 생각하지 않던 부분을 보기 때문인지 정서적으로 마치 회고록을 쓰는 나이 많은 사람이 된 것 같지요 내 마음속의 오래된 정원을 금방 찾아낼 것 같기도 합니다. 그 정원은 어떤 꽃이 피고 졌을까 지금 그 정원에 나는 무슨 꽃을 심고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흥미로운 특집을 준비하고 있는 설 연휴 첫날입니다. 안녕하세요 세상의 모든 음악 전기현입니다. 2026. 2. 20.
세상의 모든 음악 오프닝 260215 예전엔 우주선이 지구로 귀환할 때착륙 지점이 빗나갈 때가 많았다고 하지요.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이었던 이소연 씨가다시 지구로 돌아올 때도 그랬다고 합니다. 우주에서 지구로 귀환할 때지상과 유지해야 하는 각도가 조금 어긋나서예정된 곳보다 훨씬 멀리 있는 초원에 착륙했다고 하지요. 그래서 구조 요원이 아니라유목민들이 가장 먼저 맞이해 주었는데, 그들은 우주인들에게“당신들이 타고 온 것이 배인가요?”하고 물었다고하네요. 조금씩 어긋난 인생이었던 때가누구에게나 한 번은 있었겠지요. 초원에 사는 유목민이 우주인을 반갑게 맞이해 준 것처럼,약간 어긋난 채로 마주친 기쁨과 행복도있었을 겁니다. 조금씩 어긋난 적은 있지만아주 멀리 가지는 않았던 사람들, 멀리서, 가까이서 귀환하는 사람들로북적이는 풍경을 그려봅니다. .. 2026. 2. 17.
세상의 모든 음악 오프닝 260214 달리던 자전거를 멈추려고 핸들을 꼭 쥘 때,달리려는 힘과 멈추려는 힘이 밀고 당기면서자전거 브레이크가 작동할 때의 그 느낌이 참 좋습니다. 세상이 이렇게 밀고 당기는 것으로 이루어졌다는 걸가장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하지요. 한동안 밀고 당기는 겨울과 봄의 실랑이가 이어지겠지만, 오늘은 일단 겨울이 브레이크를 밟는 날인 것 같습니다. 겨울 자전거가 잠시 속도를 멈출 때부드러운 기운이 또 꽃씨를 깨우고움크리고 있던 것들에 어깨를 펴게 하겠지요. 먼 길 춥지 않게 다녀오시라고날도 좀 풀렸습니다. 고향에서든 타향에서든가족과 함께든 혼자든모두 충만한 설 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세상의 모든 음악 전기현입니다. 2026. 2. 17.
세상의 모든 음악 오프닝 260213 때로는 일단 여기까지라고 선언하고중단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한 능력이 됩니다. 바로 오늘 저녁처럼 말이지요. 아무리 시급한 일도 오늘은 모두일단 여기까지라고 생각하며, 컴퓨터를 끄고 책장을 덮고펼쳐 둔 서류 더미를 정리할 겁니다. 일을 집까지 가지고 가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지만우리는 자주 일을 가지고 퇴근하고, 어제의 고민과 내일의 걱정을 오늘로 데려와무거운 마음이 되곤 하지요. 명절이 좋은 건 이런 겁니다. 선을 긋게 해주는 것,우선 멈춤의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자의든 타의든 일단 여기까지라고생각하게 만드는 것. 설 연휴가 즐거움의 시간이 되든의무에 복종하는 시간이 되든, 고민은 일단 여기까지만 데려오시고 이제부턴 모처럼의 연휴를홀가분하게 맞이하시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녕하.. 2026. 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