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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음악 오프닝
김연수의 소설집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속에는 교정의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한 남자가 시를 읊는 장면이 나옵니다.
고양이 작은 발로 안개는 온다
묵묵한 엉덩이로 앉아 항구와 도시를 바라보다가~
여기까지 읽고 남자가 가만히 있자
소설 속 화자인 나는 왜 마지막 행을 마저 읽지 않느냐고 묻죠.
하지만 시를 읊던 사람이 말합니다.
“안개에게 항구와 도시를 충분히 바라볼 시간을 줘야죠.”
두 사람이 만난 곳은 교정의 커다란 나무 레드우드 앞이었는데,
레드우드는 키가 너무 커서 나무의 윗부분은 안개를 먹고 자란다는 그런 이야기도 나누지요.
안개가 된 것처럼,
레드우드의 꼭대기에서 거리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지나온 날들을 물끄러미 바라볼 시간이 필요한 무렵입니다.
좋았던 시간, 적당했던 시간, 혹은 힘겨웠던 시간도 흘러가는 걸
천천히 바라보는 저녁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세상의 모든 음악 전기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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