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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음악 오프닝 멘트

세상의 모든 음악 오프닝 251216

by keepitsimple1 2025.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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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음악 오프닝

 

 

김연수의 소설집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속에는 교정의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한 남자가 시를 읊는 장면이 나옵니다.

 

고양이 작은 발로 안개는 온다

 

묵묵한 엉덩이로 앉아 항구와 도시를 바라보다가~

 

여기까지 읽고 남자가 가만히 있자

 

소설 속 화자인 나는 왜 마지막 행을 마저 읽지 않느냐고 묻죠.

 

하지만 시를 읊던 사람이 말합니다.

 

“안개에게 항구와 도시를 충분히 바라볼 시간을 줘야죠.”

 

두 사람이 만난 곳은 교정의 커다란 나무 레드우드 앞이었는데,

 

레드우드는 키가 너무 커서 나무의 윗부분은 안개를 먹고 자란다는 그런 이야기도 나누지요.

 

안개가 된 것처럼,

 

레드우드의 꼭대기에서 거리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지나온 날들을 물끄러미 바라볼 시간이 필요한 무렵입니다.

 

좋았던 시간, 적당했던 시간, 혹은 힘겨웠던 시간도 흘러가는 걸

 

천천히 바라보는 저녁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세상의 모든 음악 전기현입니다.

 

 

 

세상의 모든 음악 오프닝 25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