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 수업이 완벽주의를 치유한 이야기
1) 완벽한 형태를 만들겠다는 집착 ― [완벽주의, 통제 욕구, 불안의 구조]
처음 도예 수업을 들었을 때, 내 머릿속엔 한 가지 목표뿐이었다.
‘흠 없는 컵 하나를 만들어야지.’
도자기를 빚는 일은 단순히 손의 작업이 아니라,
내 안의 통제 욕구와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물레 위에서 흙은 내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조금만 힘을 잘못 줘도 무너져 내렸다.
그 순간 나는 좌절보다 **불안(Anxiety)**을 느꼈다.
‘내가 통제하지 못한다’는 감각은 완벽주의자에게 두려움과 같다.
심리학적으로 완벽주의는 **통제와 실패 공포(Control and Fear of Failure)**의 결합이다.
모든 걸 계산하고, 예측하고, 흠 없이 마무리하려는 마음이
결국 스스로를 억압한다.
하지만 도예의 세계는 정반대였다.
흙은 통제할 수 없는 존재였다.
습도, 온도, 손끝의 압력 하나에도 반응이 달라졌다.
그 불확실함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
내가 만든 형태보다 ‘만드는 나 자신’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2) 흙이 무너질 때, 마음의 틀이 흔들리다 ― [실패 수용, 유연성, 감정 해방]
몇 번의 시도 끝에, 내가 만든 컵은 또다시 무너졌다.
벽이 비뚤어지고, 가장자리가 찢어졌다.
예전 같았으면 ‘실패’로 느꼈겠지만,
그날은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했다.
흙이 무너지는 순간, 내 안의 **강박적 사고(Rigid Thinking)**도 함께 무너진 것 같았다.
도예 선생님은 말했다.
“흙은 네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요. 힘이 들어가면 부서지고, 편안하면 살아남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내 감정을 통제하려 하기보다 **느끼는 법(Emotional Awareness)**을 배워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심리학적으로 이런 순간은 ‘인지적 유연성(Cognitive Flexibility)’의 회복이다.
즉, 모든 결과를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지 않고,
흐름 속에서 의미를 찾는 능력이다.
그날 이후 나는 실패를 수정하지 않았다.
무너진 흙을 그대로 두고, 새로운 형태로 다듬었다.
그렇게 생겨난 컵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가장 ‘살아 있는’ 작품이 되었다.
그건 내 불완전함을 수용한 마음의 형태였다.
3) 기다림이 만들어주는 치유의 리듬 ― [과정 중심, 몰입, 자기 회복]
도예의 핵심은 ‘기다림’이다.
흙을 빚고, 말리고, 굽는 과정은 며칠씩 걸린다.
완벽주의자는 늘 즉각적인 결과를 원한다.
하지만 도예는 ‘과정’ 외에는 어떤 것도 통제할 수 없다.
그 기다림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과정 중심의 심리(Process-Oriented Mindset)**를 배웠다.
빨리 완성하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고,
하루하루 흙이 건조되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
그건 마치 나의 감정이 서서히 정리되는 과정을 보는 것 같았다.
심리치료에서도 ‘느림의 루틴(Slow Routine)’은
불안을 완화하고, 회복탄력성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물레를 돌리는 리듬, 손끝의 감촉, 유약을 바르는 집중.
이 모든 것이 하나의 **몰입 경험(Flow Experience)**이었다.
그 몰입의 시간 동안
나는 ‘해야 한다’는 강박 대신
‘이대로 괜찮다’는 수용을 배웠다.
그건 단순한 도예 수업이 아니라,
나를 회복시키는 감정의 루틴이었다.
4) 불완전함 속에서 완성된 마음 ― [자기 수용, 감정 치유, 내면의 평화]
마지막으로 내 도자기가 가마에서 나왔을 때,
유약이 고르지 않아 색이 불규칙했다.
예전의 나는 그걸 보고 다시 고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게 느꼈다.
그 불균질한 표면이 오히려 아름다웠다.
그건 **불완전함의 미학(Aesthetics of Imperfection)**이었다.
심리학적으로 이는 ‘자기 수용(Self-Acceptance)’의 징후다.
완벽을 내려놓는 순간,
감정은 비로소 안정된다.
도예는 나에게 ‘완성’이 아니라 ‘과정의 평화’를 가르쳐주었다.
흙이 부서지고 다시 만들어지는 반복 속에서
나는 ‘나도 다시 만들어질 수 있다’는 믿음을 얻었다.
이건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삶의 회복력을 키우는 **심리적 재구성(Psychological Reconstruction)**이었다.
지금 내 책상 위엔 그 컵이 있다.
한쪽이 약간 기울고, 유약이 엉긴 자국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나의 마음이다.
완벽하지 않지만, 진짜인 형태.
그건 흙이 아니라, 나의 감정을 빚은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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