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입문 1년, ‘두려움’이 ‘자신감’으로 바뀌는 순간
1) 낯선 링크 위의 첫걸음 ― [두려움, 도전, 자기한계]
아이스하키를 처음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마주한 감정은 ‘흥분’이 아니라 ‘두려움’이었다.
두꺼운 보호장비, 날카로운 스케이트날,
그리고 무엇보다 낯선 얼음 위의 불안정함.
첫 수업에서 넘어지고 일어서는 동안,
마음속엔 끊임없이 “내가 왜 여길 왔을까?”라는 생각이 맴돌았다.
심리학적으로 이 시점의 감정은 **신체 기반 불안(Somatic Anxiety)**이라고 한다.
즉, 낯선 환경에서 몸의 긴장이 곧 마음의 공포로 이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스하키는 그 두려움을 ‘움직임’을 통해 해소하는 운동이다.
링크 위를 달리는 순간, 뇌는 위험을 예측하는 대신
균형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두려움의 전환(Fear Reversal)**이다.
몸이 적응하면 두려움은 점차 ‘조심’이 되고,
조심은 다시 ‘집중’으로 바뀐다.
그리고 그 집중은 결국 자신감을 만든다.
아이스하키는 그렇게 ‘공포를 통제하는 법’을
몸으로 가르쳐주는 운동이다.

2) 반복의 힘, 자신감을 만든 과정 ― [루틴, 기술 습득, 감정 안정화]
입문 후 3개월이 지나자,
아이스하키의 가장 큰 교훈은 기술이 아니라 루틴의 힘이었다.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장비를 챙기고,
링크 위에 서서 스케이트 끈을 조이는 그 단순한 반복이
하루의 중심을 만들어 주었다.
심리학적으로 반복된 훈련은 **인지적 안정감(Cognitive Stability)**을 형성한다.
즉, 일정한 리듬 속에서 뇌가 “예측 가능한 환경”으로 인식하며
스트레스 반응을 줄이는 것이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고, 또다시 넘어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감정의 파도도 서서히 잦아든다.
이 시점에서 느끼는 자신감은 ‘잘해서 생기는 자신감’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아서 생긴 자신감’이다.
실패의 경험이 반복될수록,
두려움보다 익숙함이 앞서게 된다.
이것이 바로 **회복탄력성(Resilience)**의 시작이다.
링크 위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무릎을 굽히고 중심을 낮추듯,
삶의 불안도 그런 자세로 다스릴 수 있음을 배우게 된다.
아이스하키는 기술보다 태도를 훈련시키는 운동이었다.
3) 팀 스포츠가 준 심리적 전환 ― [소속감, 신뢰, 관계 회복]
아이스하키의 매력은 개인 경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가장 큰 변화는 타인과 함께 움직이는 감정의 리듬을 배우는 것이다.
처음엔 패스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미안하고,
골을 막지 못해 자책했지만,
어느 순간 팀원들의 “괜찮아, 다음엔 되겠어.”라는 한마디가
두려움을 녹여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경험을 **정서적 상호조율(Emotional Co-regulation)**이라 부른다.
즉, 다른 사람의 안정된 감정이 내 불안을 완화시키는 것이다.
하키장에서 형성된 신뢰는 일상에서도 이어졌다.
회사에서 실수를 해도, 이전처럼 과도하게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게 되었다.
경기에서 패배를 경험하면서도 웃을 수 있었던 이유는,
결과보다 함께 견딘 과정이 주는 안정감 덕분이었다.
팀 스포츠는 결국 인간관계의 축소판이다.
아이스하키는 나에게
‘혼자 잘하는 것보다, 함께 버티는 것’이 더 강한 힘이라는 걸 가르쳐줬다.
두려움을 이기는 건 용기가 아니라 관계의 신뢰감이었다.
4) 얼음 위에서 배운 감정의 기술 ― [감정 조절, 성장, 자기 인식]
입문 1년이 지난 지금,
아이스하키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감정 조절의 연습장이 되었다.
넘어져도 웃을 수 있게 되었고,
골을 놓쳐도 스스로를 책망하지 않는다.
이 변화는 경기력의 향상이 아니라
감정의 성숙이다.
아이스하키는 **자기 인식(Self-awareness)**을 높여준다.
몸의 움직임과 감정의 흐름을 일치시키는 과정에서
자신의 한계를 정확히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넘어지면 부끄럽다”였던 마음이
이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로 바뀌었다.
심리학적으로 이는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의 회복이다.
자신감은 거창한 성공에서 오는 게 아니라,
작은 실패를 감당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자라난다.
아이스하키를 배우며 가장 크게 얻은 것은
‘두려움이 사라진 자신’이 아니라
‘두려움을 다루는 자신’이었다.
삶도 마찬가지다.
감정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훈련해야 하는 파트너다.
얼음 위에서의 균형 잡기처럼,
매일의 감정도 중심을 찾는 연습을 계속할 뿐이다.
'비주류 스포츠&취미의 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아이스하키 시리즈 (입문·관계·감정 회복 중심) - 40대 초보 하키인의 심리적 성장 일기: 경기보다 중요한 건 관계였다 (0) | 2025.11.05 |
|---|